
식당에서 자주 먹는 곰탕
요즘 식당에 가면 식당에서 파는 음식들이 몸에 얼마나 좋은지를 알려주는 설명들이 많이 붙어있다.
예컨대 청국장 집에 가면 발효음식의 장점부터, 청국장의 효능까지 다양한 설명들이 백화점 상품 안내처럼 턱 하고 걸려있고, 새싹 채소를 파는 음식점에는 ‘새싹채소를 먹으면 몸에 좋은 열 가지 이유’라는 안내가 친절하게 붙어있다.
모두 ‘몸에 좋은 음식’을 찾는 웰빙, 참살이 문화 탓이다.
이왕이면 맛있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찾는 것이야 인지상정인데, 문제는 그 글들을 읽다가 보면 매일 음식점에서 보약을 먹는 기분이다, 복 집에는 복의 장점부터, 미나리에 대한 한방 영양학적 해석, 그리고 심지어 복 껍데기에 포함된 콜라겐의 효능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고, 심지어 보신탕을 파는 식당에 마저 ‘개고기가 고혈압에 좋다’는 정체불명의 효능 설명서가 상세히 붙어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일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하나같이 보신, 보양이 되고 피를 맑게 하고, 뼈를 튼튼하게 하며, 피부를 양귀비처럼 곱게 한다니, 굳이 집에서 비싼 유기농 재료에 밥해먹을 필요 없이 매일 그 식당에 월식을 달아놓고 싶은 뻐끈한 욕망마저 들게 된다.
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우리가 매일 집에서 받는 밥상은 거의 불로 장생하는 산신령의 정찬이다.
쌀에는 얼마나 많은 영양소가 있으며, 된장은 또 얼마나 몸에 이로우며, 심지어 김치는 배추뿐 아니라 마늘과 생강, 고춧가루의 효능까지 트리플 더블이니 이쯤 되면 세상에 집에서 밥 먹고 병에 걸리는 사람이 다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효능들이 제대로 검증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중에 화룡점정은 바로 곰탕이다. 뼈를 고아서 만든 곰탕은 기본적으로 뼈에 좋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것은 힘이 센 호랑이 뼈를 먹으면 오죽 근육이 튼튼해지고, 빨간 수박을 먹으면 오죽 빈혈에 좋을까? 와 같은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기는 하나,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짐짓 슬픈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이 곰탕에 대한 효능이다.
곰탕에 대한 효능
곰탕은 골에서 나온 지방과 칼슘이 듬뿍 들어 있고, 거기다가 여러 가지 뼛속의 유기물질이 많이 녹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칼로리가 높아 영양부족이거나, 단기간에 칼로리를 보급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음식인 것도 맞다.
하지만 골다공증에 좋다며 매일같이 곰탕 국물을 드시는 할머니나, 골절로 입원한 환자에게 뼈가 붙는데 도움이 된다며 곰탕을 한 쏱 끓여다가 끼니마다 병원밥을 마다하고 환자에게 먹이는 보호자를 만나면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진다.
이유는 곰탕에 들어 있는 ‘인’ 때문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공동묘지에서 파란 불꽃이 날아다니는 이유가 ‘인’ 때문이라는 섬뜩한 이야기도 이치상으로는 틀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덤 속의 시신에서 ‘인’이 배어 나와 달빛에 번득인다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뻥이 센 사람이 지어낸 이야기를, 어느 쓸데없는 과학자가 이론적 분석을 시도한 탓일 것이다.
하지만 이 ‘인’이 뼈에 안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좀 복잡하게 이야기하면 ‘인’은 음전하를 띄고 있고, ‘칼슘’은 양전하를 띄고 있다. 그래서 골대사과정에서 인이 뼛속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만한 양의 칼슘을 뼈 바깥으로 밀어내야 한다. 생리학적으로는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의 기능이 바로 그것인 셈인데, 어쨌거나 결론은 인은 칼슘과는 상극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곰탕에는 인과 칼슘이 골고루 사이좋게 들어 있다.
더구나 칼슘은 섭취를 했다고 해도 흡수는 극히 일부만 되는데 비해 인은 흡수율이 좋다.
때문에 곰탕 국물을 많이 먹게 되면 애꿎은 뼈는 큰 고생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골다공증의 악화 요인이지 덕이 되는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뼈를 튼튼히 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곰탕국물을 들이켠다.
물론 그렇다고 곰탕이 해롭다는 뜻은 아니다.
무슨 음식이건 과하면 해가 되지만, 적당하면 이롭다. 곰탕 역시 지질 성분이 많아 고지혈증과 골다공증에는 불리한 영향을 미치지만, 여름에 기력이 떨어질 때, 혹은 한 끼의 든든한 식사로서는 이만한 영양공급원도 찾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그것을 두고, 몸에 좋다는 이유로( 그것도 반대의 상식으로) 과도하게 섭취하면 독이 된다.
같은 맥락에서 모든 음식의 이치가 그렇다.
몸에 좋은 된장도 많이 섭취하면 위암의 원인이 되고, AI에 특효라는 김치도 섭취가 과도하면 고혈압이 온다. 고기도 먹지 않으면 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많이 먹으면 혈관에 타르 같은 지방이 눌어붙어 뇌경색으로 병원 신세를 질일이 많아진다.
이쯤 되면 우리도 곰탕의 영양학뿐 아니라 모든 음식에 대한 생각을 바꿔 볼 필요가 있다,
TV에서 어떤 음식이 좋다고 하면 다음날 마트에서 그것이 동이 나고, 신문에서 무슨 야채가 좋다고 하면 두어 달 간 그 야채를 구경도 하기 힘든 풍토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음식은 약이 아니다.
음식도 운동처럼 균형이 중요하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조절하는 지혜가 그 무엇보다도 더 필요하다.
시골의사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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