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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만한 의학정보

장세척,장청소,숙변이란 무엇일까?

by 호이짜호이호 2022.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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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장



그들이 말하는 숙변이란?


버스를 타고 먼 길을 가다 보면, 한 번쯤 고속버스 터미널이나 지방도시 시외버스 정류장의 화장실을 찾을 일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필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화장실 문짝에 잔뜩 붙어있는 광고 스티커다.

필자가 이 스티커를 정통으로 대면하는 장소는 좀 민망한 상황이다.

즉 용무를 위해 푸세식 화장실에 엉거주춤한 폼으로 앉아 복압을 올리면 인간의 골격구조상 반사적으로 고개가 상방 15도 정도 들려지게 되는데 이때 스티커가 눈에 딱 들어오는 것이다. 그중 애교로 봐줄 만한 것은 남성수술 운운하는 치기 어린 광고이고, 그 외에도 어느 여성이 개발했다는 전립선 비대증 치료기는 아무리 상상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 개발과정의 험난함이 자못 궁금해져서 그 심각한 순간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웃음은 정말 ‘거기까지!’ 다.

그다음에는 가뜩이나 올라간 복압에 더해서 대뇌동맥의 압력까지 두배쯤 올리는 문구들이 연이어 눈에 들어온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신장매매’와 같이 현행법상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장기매매에 관한 불법중개 스티커 들이고, 두 번째 화가 나다 못해 아예 황당한 광고가 바로 ‘숙변 해독’이라는 류의 스티커다,
세상에 ‘숙변’이라니.

필자가 80년대 초반 의과대학에 들어간 이래, 그래도 소위 장을 만진다는 외과 전문의 10년 차가 넘었지만 필자는 단 한 번도 교과서에서 ‘숙변’이라는 용어를 구경해본 적도, 숙변이라는 것을 눈으로 본 적도 없다.

대체 숙변이란 게 무엇일까 하도 궁금해서 네이버에 검색을 해 보았더니 백과사전에 설명이 좌르륵 펼쳐진다.

단백질·지방·호르몬·스테로이드 등이 완전히 분해되지 못해서 생긴 노폐물이 주성분이다.
주로 운동이 부족한 사람,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많다. 장 내에서 발효와 부패 과정을 거치면서 페놀·아민·암모니아·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과 유해산소를 만드는데, 이러한 물질이 혈액을 통해 신체 각종 장기에 들어가 여러 증세를 일으킨다. 특히 혈관장애를 일으키거나 간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여드름·기미·두통·고혈압·당뇨 등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연이어 숙변제거에 관한 식품들과 치료 사이트들의 링크들이 줄줄이 펼쳐지는데, 이번에는 ‘장세척’이라는 문구가 또 덜컥하고 눈에 들어온다.

세상에 ‘장세척’이라니.. 우리 창자가 무슨 곱창전골이라도 될 운명인지, 그것을 세척까지 한다니 그야말로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과장을 좀 보태면 필자가 외과의사를 하면서 열고 꿰맨 대장만도 그 길이가 지구 반 바퀴는 될 터이고, 대장 내시경을 하면서 들여다본 남의 내밀한 뱃속도 그 길이가 만장굴만큼은 될 터인데, 필자는 아직 숙변이란 존재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내용을 살펴보니 일단 이것은 ‘대장의 주름’이라는 말에서 생긴 곡해가 분명했다.
그래야 그 주름에 뭔가 낀다는 발상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먼저 대장은 잔디에 물 뿌리는 호스처럼 주름이 쭈글쭈글 져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코디언의 그것처럼 자유롭게 늘어나고 펴지고 변이 들어차면 유리관처럼 미끄러운 관이 된다. 편의상 그것을 주름이라 부를 뿐이다. 하지만 ‘단백질, 지방, 호르몬, 스테로이드 등이 분해되지 않고..‘라는 구절은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한 일이다.


우리 변의 대부분은 섬유소로 구성되어 있고, 지방은 흡수되지 않으면 지방변이 되어 그야말로 설사를 좔좔하게 만든다.
우리가 다이어트 목적으로 먹는 제니칼이라는 약이 바로 지방을 흡수되지 못하게 한 다음 변으로 내보내는 약인데, 이걸 먹으면 3년 변비도 한방에 참기름 바른 미끄럼틀처럼 좍좍 흘러내린다.

심지어 방귀만 뀌어도 흘러나오는 고약한 그것 때문에 급거 집으로 돌아가는 분도 있을 정도이다.

게다가 ‘스테로이드나 여타 호르몬’은 애당초 소화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후의 문장은 애당초 시작이 틀렸으니 끝은 설명을 하는 것이 오히려 기가 막힐 일이다.
이쯤 되면 숙변이니 장세척이니 하는 말은 그야말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고자 지어낸 말에 다름이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을 믿고 화이버를 먹는 것이 해로울 일은 없으니 넘어갈 수 있다손 쳐도, 장세척은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장세척과 장청소 는 백해무익이다.


먼저 장세척은 대장 수술을 목적으로 전 세척을 하는 경우 외에는 그야말로 백해무익하다는 것을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장세척은 장을 망가뜨리거나, 염증을 유발하고 심지어는 장무력증까지 만들어 장을 흐물흐물한 해파리처럼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진짜 변비로 고생하거나 실체가 없는 숙변이 정녕 두려우시다면 그저 야채나 과일을 많이 먹을 일이되, 다만 한 가지 야채는 반드시 ‘데쳐서’ 먹고, 장을 움직이는 미주신경을 자극하기 위해, 식후 배변 습관을 들이던지, 아니면 식전 찬 얼음물 한 컵을 마시는 것 이상은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인간은 ‘구항(口肛) 동물’이라
‘먹은 것은 언젠가는 나온다’는 사실도 꼭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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